기업의 SNS 콘텐츠, 雜紙처럼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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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SNS 담당자들은 매일 아침 출근이 버겁다. 오늘은 과연 무슨 내용으로 '소통'해야 할 지 콘텐츠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배운 "SNS가 홍보나 광고의 장이 되어선 안된다"는 원칙을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고민하다보면 금세 '밑천'이 고갈이 나기 마련이다. 이것은 마치 연애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이 소개팅 자리에서 할 말이 없어 주변만 기웃거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도대체 무엇을 써야 할까. 매일 비슷비슷한 하루에 인사말을 어떻게 다르게 할까. 이미지는 또 무엇을 써야 하고, 어떻게 편집해야 할까. 요즘 자주 받았던 질문 중 하나는 "올림픽이 우리 회사와 전혀 상관없는데 그걸 매일 올려도 될 지"에 관한 거다. 당근 가능하다. 대화의 소재로 올리지 못 할 내용은 없다. 물론 19금스러운 콘텐츠나 너무나 개인적인 내용이라면 좀 그렇지만. 이제 올림픽도 끝나고 마땅히 다룰 만한 시의적절한 관심사도 별로 없는 시점에서 한번쯤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SNS 담당자들에게 '잡지'를 애독할 것을 권한다. 雜誌가 뭔가. 말 그대로 잡지는 '잡스럽게 잡다한 내용으로 채워진 정기간행물'을 일컫는다. 하지만 모든 잡지의 목차를 보면 결코 잡스럽지 않다. 다양한 내용이 일정한 룰에 의해서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것이 잡지다. 여기서 잡스럽다는 것은 이런 거다. 예를 들어, 컴퓨터 잡지가 있다고 하자. 컴퓨터 잡지이긴 하지만 반드시 컴퓨터 관련 내용만 들어가는 건 아니다. 컴퓨터에서 다룰 수 있는 잡다한 것, 이를 테면 자동차나 카메라, 여성, 의류, 운세 같은 것은 물론 섹스 이야기도 곁가지로 들어갈 수 있는 게 잡지의 묘미다. 잡지의 소재에 한계가 있지는 않다. 잡지의 구독자가 접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결국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잡지가 아무리 잡스럽다고 해도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사태는 없다. 적정한 비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커피에 프림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넣으면 커피라고 할 수 없듯이 말이다.
잡지에서 중요한 건 뭘까. 첫째, 잡지는 표지로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표지에 어떤 사진을 넣느냐에 따라 판매율이 달라진다.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안에 내용도 마찬가지다. 잡지를 폈는데 소설책처럼 사진도 없이 빽빽한 글만 나온다면 어느 누가 보겠는가. 이미지는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럽게, 때로는 파격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둘째, 헤드라인이 중요하다. 이미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목을 잘 뽑아야 한다. 요즘 모 포털 뉴스 제목의 70%가 낚시글이라는 보도처럼 되어선 안된다. 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눈길을 사로잡는 선정적이면서도 섹시한 뭔가가 필요하다. 셋째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잡지는 다양한 내용으로 꽤 많은 얘기들을 담고 있는데 재미가 없으면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소설처럼 기승전결의 구조로 되어 있지 않기에 중간중간 코믹적 요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내용 자체가 재미가 없는 것이라면 정보로서의 유익함이라도 제공해야 한다. 넷째, 부록에도 신경써야 한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부록이 풍성한(!) 잡지쪽으로 손을 뻗치는 게 독자들의 속성이다. 희소성이 있고 관심을 끄는 부록을 꾸준히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잡지의 조건이다.
자, 이제 SNS와 비교해 보자. SNS에 있어서도 이미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이미지로 눈길을 끌지 못하면 이미 타임라인에서 지나친 후일 것이다. 이미지를 대충대충 만들지 말고 꼼꼼히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헤드라인이 중요하듯 문장을 이끌고 나가는 첫 문단(리드문)을 잘 뽑아야 한다. 가끔은 배꼽이 빠질 것 같은 재미난 소재도 올려보자. 밥만 먹으면 질릴 수 있으니 라면이나 떡볶이 같은 것도 먹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피드백이 뛰어난 진성 친구들을 위한 선물(기프티콘 등)에도 신경써야 한다. 기업 SNS 담당자들이여, 지금이라도 옆에 잡지가 있다면 목차를 훑어보라. 잡지에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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